DavidSylvian

마지막으로 [b]
TheGate [f] 페이지목록 [i] 최근변경내역 [r] 환경설정 로그인 [l] 검색: 한줄잡담


마지막 편집일: 2005-6-14 2:20 pm (변경사항 [d])
256 hits | 변경내역 보기 [h] | 페이지 소스 보기
TheJapan

1. 우울남 데이빗 실비언David Sylvian과 함께
2. 9월을 위한 음악 - 데이비드 실비언의 앨범들
3. Secrets of Beehive

1. 우울남 데이빗 실비언David Sylvian과 함께

2001 08 격월간 스테레오 뮤직 9, 10월호

사실 데이빗 실비언David Sylvian과 클래식과는 별 관계가 없다. 굳이 연관을 찾는다면 그의 음악적 파트너인 류이치 사카모토SakamotoRyuichi가 소니 클래식에서 클래식 음반 {Discord}(1998)를 발매한 적이 있다는 정도? 그나마 류이치는 아시다시피 결코 클래식 작곡가/연주가는 아니다.

여기서 그를 소개하는 것은 대중음악 속에서 클래식적인 분위기가 소화된 여러 경우중에서 최상의 예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클래식적인 작법도 시도하지 않았고 클래식적인 악기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분명 클래식적이다.

그것은 팝/락 아티스트들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알게모르게 클래식적인 것들을 차용하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무의식에 깔려있는 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전통'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락음악은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강렬한 비트에 탐닉하는 음악이며 이것에 상반되는 음악으로 클래식을 둘 수 밖에 없었다. 새로 생긴 장르가 반反에 해당하는 개념을 필요로 한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거다. 하지만 락음악이 점차 다양한 형식을 차용하게되고 정교해지다보니 전혀 시끄럽지 않은 실비언과 같은 음악도 락음악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정교화의 과정을 나는 클래식의 차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아니면 내가 조용하고 악기간의 앙상블이 잘 맞는 음악들을 뭉뚱그려 클래식적이라는 말로 규정하는지도 모르고.

그는 왕년의 포스트 펑크/뉴웨이브 밴드 저팬Japan을 이끌다 80년대 중반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저팬은 꽃미남만으로 이루어져 뭇 여성 팬들을 울렸던 밴드인데 밴드명에서도 보이듯 오리엔탈리즘적인 뉘앙스가 강한 음악을 해왔다. 그리고 데이빗 보위David Bowie처럼 무척이나 탐미적이기도 했는데 그런 꽃단장은 저팬시절에서 끝내고[ 사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 솔로활동에서는 음악쪽에서 더더욱 탐미적인 경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의 음악은 몇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있는데 목소리, 고전적 악기군의 사용 그리고 앰비언트적인 연주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 저 세가지가 뭐가 특징적이냐라는 비난이 들리고 있는데 사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징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일단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우울하지만 옆에있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고 달래준다는 느낌이 들 만큼 감미롭다. 여성 팬들이 많은것도 이해가 충분히 될 정도다. 사실 나는 느끼한 것들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실비언의 그것은 느끼해도 좋았다. 그가 라이브에서 멘트하는 것을 들어보면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노래보다 일상에서 말하는 것이 더 감미로울까 싶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사실 그가 사용하는 악기는 결코 클래식적이지 않은 보통 락밴드의 그것이다. 하지만 그는 절묘한 재배열arrange과 신세사이저의 효과적 사용을 통해 실내악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연주가 무척 앰비언트적이다라는 것이다. 그는 탁월한 락커이자 현대음악가인 홀거 츄케이Holger Czukay와 두 장의 앰비언트 작품을 발표하였고 자신의 설치미술 배경음악등을 모은 모음집 Approaching Silence()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있으며 그의 음반들에도 앰비언트적인 곡들이 숨어있다. 이는 그가 지향하는 바인데 락커로서 충분히 비트에 탐닉해본 다음 그는 비트의 제거에도 몰입해보고자 하는것이다.

이 요소들이 절묘하게 모여 그의 음악에는 그만의 단정하고 조금은 몽롱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사실 그의 음악에는 월드뮤직적 요소와 이국에 대해 느끼는 흥미 혹은 섹시함exotic이라는 느낌도 담겨있으며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동양이라는) 미지의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러한 그만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음반 두 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http://images.amazon.com/images/P/B000000WG7.01.LZZZZZZZ.jpg

DAVID SYLVIAN Secrets of Beehive(1987)

그의 재킷들을 보면 회색톤으로 마치 화석과 같은 질감을 주고있는데 이는 계속 그의 재킷들을 디자인해온 일본인 유카 후지이의 작업이다. 이 앨범의 재킷에는 일상과 자연의 많은 것들이 어지러이 놓여있고 시간의 모래에 묻히고 있는듯 하다. 이런 것들은 그가 가사에서 사용하는 여러 소재들-우물, 향수, 풍화된 벽, 나무, 오르페우스, 천사 등등-과도 관계가 깊다. 그는 시간의 때가 묻은 것들을 사랑한다.

이 앨범은 앞서말한 모든 요소가 담겨있는 그의 걸작 앨범이다. 그가 데뷔작 {Brilliant Tree}(1984)에서 보여준 성과를 다음 앨범 {Gone to Earth}(1986)에서는 잘 살리지 못하고있는 반면 이 세번째 앨범에서 그 세련됨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류이치 사카모토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는 피아노, 오르간 뿐 아니라현악 관악 어레인지까지 맡고있다. 물론 화룡점정은 실비언이 찍었겠지만 이런 완성도의 음반이 나오기까지는 류이치의 공로를 부정할 수 없다.

이 앨범의 곡들은 대부분 단조적이다(실제로 단조의 곡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음악 이론은 전혀없이 무작정 많이듣는 풋내기 애호가다.). 이질적인 느낌으로 시작해서 아직 끝나지 않은듯하게 곡을 끝낸다.

나직하게 시작하는 [ September ]부터 한곡 건너 한곡씩 조용하고 단아하지만 심연을 건드리는 곡들이 지나가다 마지막의 [ Waterfront ]에서 대단원을 들려주는 이 앨범은 곡들간의 유기적 연결도 뛰어나지만 지금의 녹음기술이 당시보다 과연 뛰어난가를 묻게 할 정도로 '소리'가 제대로 잡힌 음반이다. 녹음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인가보다.

http://images.amazon.com/images/P/B00000I8UD.01.LZZZZZZZ.jpg

DAVID SYLVIAN Dead Bees on a Cake(1999)

로버트 프립Robert Fripp과의 협연앨범 {First Day}(1993)을 낸 이후 6년만에 발매된 이 음반에서 그는 더이상 젊은이가 아니라 수행자의 얼굴을 하고있다. {First Day}에서 트랜스란 어떤 것인가를 들려주는 환상적인 곡 [ Darshan(a road to graceland) ]이후 그의 대상은 일본이나 아프리카가 아니라 인도가 된 듯 하다. [ Krishna Blue ] 같은 곡 제목 뿐 아니라 종종 흘러나오는 샘플등에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물론 그의 음악에서 어떤 색인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음악을 계속 만들고 있느냐인데 그는 자신의 방법론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지만 능청스러움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애석하게도 이 음반은 {Secrets of Beehive}에 비해 응집력을 갖추는데는 실패했다. CD라는 매체가 80분을 담을 수 있다하여 80분에 육박하는 음반을 만들 필요는 없고, 그렇게 하고싶다면 앨범에 구성을 집어넣어야하는데 이 앨범은 실비언의 좋은 곡들을 담아놓은 음반이지만 명반이라고 말하기에는 뭐한 음반이 되어버렸다.

사실 실비언을 소개하면서 그의 앰비언트 작품을 소개하지 않은것은 좀 문제가 있지만 앰비언트에 대해서는 추후 이 코너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라 뺐다.

2. 9월을 위한 음악 - 데이비드 실비언의 앨범들

통신 20호입니다. 드디어 20호 돌파...^^

아래는 요즘 제가 다시 한번 즐겨듣고 있는 어떤 영국 아티스트의 앨범 추천입니다. 이글은 이전 2000년에 발행된 음악 잡지 '뮤지컬 박스' 2호에 실렸던 글이고요... 말씀 드린 것처럼 정리 차원에서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우선 위 두 사진은 차례로 위에서부터 영국의 아티스트 데이빗 실비언(David Sylvian)의 'Secrets of the Beehive' (1987) 그리고 'Dead Bees On a Cake' (1999) 입니다. 커버도 참 아름답지요.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두 앨범 모두 여러분께 강추이고요, 후에 혹시라도 이 앨범들이 마음에 드셨다면 최근에 이 친구가 새로 낸 'Blemish'(2003)도 추천합니다.

저로서는 특히나 'Secrets of the Beehive' 앨범을 음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로도' 참 좋아하는데, 왜인가 하면 이 앨범에 실린 'Let The Happiness In'이라는 노래가 그 분위기나 그 가사로나 -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 제 '인생의 노래'가 아닐까 ...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참 단정적이고 매력적이지 못한 표현이지만, 그래도 그것이 제게는 가장 적절한 표현처럼 느껴집니다).

여하튼 ... 군소리는 그만하고요 ... 이 음악들은 9월, 혹은 가을을 위한 음악들입니다. 데이빗 실비언과 함께 9월을 만끽하시길. 아참, 그리고 '9월을 위한 음악'이란 제명은 'Secrets of the Beehive' 앨범의 첫곡 'September'에서 온 것입니다(그런데 아래 소개글에는 '겨울'에 어울리는 음악이라 되어 있네요...^^ 하하, 사실은 '언제든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가사를 한번 보시면...

September


The sun shines high above
The sounds of laughter
The birds swoop down upon
The crosses of old grey churches

We say that we're in love
While secretly wishing for rain
Sipping coke and playing games

September's here again
September's here again 


9월

웃음 소리 위로 
태양은 높이 빛나고
낡은 잿빛 교회 십자가 위로
새들은 낮게 달려든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남몰래 비를 기다리며
콜라를 홀짝 거리며 놀이를 하며

9월이 다시 여기에
9월이 다시 여기에

"저녁 무렵 바닷가에 서서 '은빛 달'을 부르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 - 데이빗 실비앙의 솔로 앨범들"

'Brilliant Trees' (84) 'Alchemy' (85) 'Gone to Earth' (86) 'Secrets of the Beehive' (87) 'Dead Bees On a Cake' (99)

겨울이다. 이번에는 겨울 저녁의 고즈녁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앨범을 소개해 볼까 한다. 누구나 하루 중 그런 때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저녁때의, 정확하게는 해가 막 지려하고 그렇다고 아직 밤은 되지 않은 그런 시간, 특히 집안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다가 어느새 밖이 어두워져 가고 나는 아직 방안의 불을 켜지 않은 그런 시간, 혹은 밖에 나가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르게 된 동네 어귀의 아무도 없는 시냇가의 늦은 저녁과 같은 그런 시간이 참으로 묘한 매력적인 시간으로 느껴진다. 그 시간은 뉴튼의 법칙이 지배하는 객관적 시간이 아닌 그야말로 온전한 '나만의 시간'(my own private time)이며, 나에게는 여기 소개하는 데이빗 실비언의 표현처럼 사람을 '홀리는 순간'(haunting moment)처럼 느껴진다. 그를 알게 된 고등학교 시절 이후 그런 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어들게 되던 음반이 바로 여기 소개하는 영국 그룹 저팬(Japan)의 이전 리더 데이빗 실비언의 솔로 앨범들이다.

저팬은 1975년 겨울 결성되어 1984년 해산하기까지 모두 7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저팬의 기본 라인 업은 실비언(gt·vo) 이외에도 그의 친동생인 드럼의 스티브 잰슨(Steve Jansen), 베이스의 믹 칸(Mick Karn), 기타의 롭 딘(Rob Dean), 키보드의 리차드 바비어리(Richard Barbieri)의 5인이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아직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그들의 정규 앨범 디스코그라피를 적어 보면(시대 역순),

  1. Tin Drum - Label: Blue Plate. Released: 81
  2. Gentlemen Take Polaroids - Label: Blue Plate. Released: 80
  3. Quiet Life - Label: Caroline. Released: 80
  4. Adolescent Sex - Label: Caroline. Released: 78
  5. Obscure Alternatives - Label: Caroline. Released: 78

[참조 - 메일로 보내드린 디스코그라피 관련 두 주소들이 이후에 확인해보니 모두 폐쇄된 사이트여서 다른 최근의 주소들로 새로 적어 넣었습니다. 위 사이트에서 이곳에 소개된 음반들의 제명을 클릭하시면 그곳에 올라 있는 커버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앨범들은 모두 고등학생 시절 귀가 닳도록 들은 나만의 '컬트적 애청 음반들'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실비언이 양복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우산을 들고 빗속에 서있는 - 마치 '동양화'의 '비광'(!) 같은 - 커버의 [Gentlemen Take Polaroids](80) 앨범에 실려 있는 'Swing', 'My New Career', 'Methods Of Dance', 'Ain't That Peculiar', 'Nightporter', 또 모택동 사진이 뒤 벽에 붙어 있는 '불온한' 커버의 [Tin Drum](81)의 수록곡 'The Art Of Parties', 'Still Life In Mobile Homes', 'Ghosts'는 내가 수학여행 때 녹음해 경주 여관방에서 하루 종일 틀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친구들의 반응은 아주 좋아서 나는 이 판을 여러 명에게 녹음해 줄 정도로 이 앨범은 '우리 반'에서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다.

여하튼 저팬은 자신들이 '좋아하거나 영향받은 아티스트'로 퍼시 존스, 제프 벡, 브라이언 에노, 로버트 프립을 꼽고 있는 것처럼(일본 음악 잡지 [Music Life]의 , 昭和 54年(1980년) 3月 臨時增刊호, 27-62쪽), 기본적으로 60-70년대의 아방가르드 + 프로그레시브 실험 음악과 글램 록 등으로부터 강력히 영향받았다.

그러나 저팬과 데이빗 실비언은 그(들)의 독특한 음악성과 실험적 작업의 성과에 비해 우리 나라에 상당히 알려지지 않았고 또 알려졌다 하더라도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이는 아마도 근본적으로는 우리 나라 음악 듣기의 완고한 '정통주의' 혹은 '순수주의'라는 일정한 보수적 취향에서 파생된 '들을 귀'의 부재, 혹은 보다 근본적으로는 '들을 마음', '듣고 싶게 만드는 인식과 관심'의 부재라는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하튼 이번 호 나의 <마이 붐> 코너는 저팬 해산 후 리더 데이빗 실비언이 내놓은 다섯 장의 솔로 앨범들이다.

그의 앨범들을 찬찬히 들어보면 무엇보다 먼저 실험적 사운드의 질감이 두드러지지만, 정작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그려내 보이는 세계관(Weltanschauung), 혹은 보다 정확하게는 '분위기'(Stimmung)이다. '무엇'이 아니라, '무엇인 것 같은' 그 분위기 말이다.

그의 솔로 앨범들은 우리 나라에서도 주로 99%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로 컬트적인 매니어 군을 형성해 왔는데, 그러나 그의 앨범들을 들어보면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그의 해사한 외모에 기인하는 것만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는 실력있는 뮤지션이다. 이는 참으로 매력적인 그의 첫 솔로 앨범 [Brilliant Trees](84)에서부터 이미 잘 나타난다.

나는 대학생이던 84년 당시 이 판을 들어보고 저팬과는 다른 보다 서정적이고 보다 매혹적인 이국적 사운드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국에서 17위까지 오른 싱글 'Red Guitar'와 존 하셀이 참여한 타이틀곡을 포함해 모든 곡이 골고루 뛰어난 매력적 앨범이다.

85년의 2집 [Alchemy]는 무용 음악이다. 'Words With Sharman'과 'Steel Cathedrals'이 하이라이트이다.

86년 3집 더블 앨범 [Gone to Earth]에서는 놀랍게도 그가 어릴 적부터 존경해 왔던 킹 크림즌의 로버트 프립이 전곡에서 기타를 연주해 주고 있다. 싱글 커트된 'Taking The Veil'로 시작되어 너무도 아름다운 'Silver Moon'으로 끝나는 앨범의 실험적 하이라이트는 다른 악기 없이 프립의 기타와 실비언의 목소리로만 구성된 타이틀곡이다. 이 또한 명작이다!

그러나 그의 솔로 시절 최고 명반은 아무래도 87년에 발매된 [Secrets of the Beehive]를 꼽아야 한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현악 편곡 등 음악 감독 격으로 참여한 본 작은 나직한 'September'의 피아노와 보컬로 시작되어, 'When Poets Dreamed Of Angels'로 이어져,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Let The Happiness In',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앨범의 백미 'Waterfront'로 끝난다(앨범 버전에는 마지막 10번째 트랙으로 'Forbidden Colours'가 실려 있다). 이 앨범은 음악과 가사, 분위기 모두에서, 그의 솔로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그의 '유미(唯美)주의적 정적(靜寂)주의'(aesthetical quietism)가 꽃 핀 걸작이다.

한편 실비언은 89년 84-87년의 솔로 앨범 4장을 모은 박스 세트 [Weather Box](Virgin)를 발매했다. 결혼하기 전 나는 나의 아내에게 이 박스 세트를 선물해주어 엄청난 점수를 딴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이 희귀 박스 세트를 못 구해 당시 나의 후배이자, 내 아내와 써클 동기였던 현 [뮤지컬 박스]의 편집장 전정기씨로부터 다른 판을 주고 바꿨다. 여하튼 지금도 실비언은 팻 메스니와 더불어 나의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이다.

여하튼 실로 실비언은 저팬 시절 말기부터 (반드시 서구적인 것만은 아닌) 어떤 '영적인 것' 혹은 '성스러운 것'(das Heilige)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저팬 시절의 4집 이후, 자신의 솔로 작업에 이르기까지 아프로 혹은 아시안 리듬,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 등과의 공동 작업을 통한 일본·중국의 리듬과 멜로디를 방법론으로 도입해 왔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발표한 99년의 신보 [Dead Bees on a Cake]를 통해 그의 정신 세계는 아프리카와 일본·중국을 지나 이제는 인도로 다가서는 느낌이다 - 한 마디로 앨범의 주제는 '데이빗 실비언이 인도로 간 까닭은?'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이전의 어느 솔로 앨범에서보다도 음악과 가사 양면 모두에서 더욱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를 위해 그는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의 'You Know You Know', 존 리 후커의 'I'm Wandering', 존 케이지의 'Sonata V', 지반 가스파리안의 'Mother Of Mine' 등 여러 (전위) 음악가의 곡을 샘플로 사용하고 있다).

우선 피터 게이브리얼의 리얼 월드 등 여섯 곳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앨범의 사운드는 만족스럽다. 물론 이 앨범에도 현악 편곡 등 거의 '음악 감독' 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영향력은 지대한 것이지만, 실로 이 앨범은 그가 발표한 기존의 어느 앨범보다도 강한 '영적 지향성'을 드러낸다.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간 정신의 어두운 구석을 고독하게 탐구하고 있으며 그만큼 앨범의 사운드는 어느 때보다 명상적이고 무겁다.

이런 점에서 앨범 사운드의 핵은 '무겁게 아래로 내리 깔리면서 다른 악기들을 받쳐주는' 드럼과 '이를 중화시켜 주면서 때론 가볍게 혹은 때론 무겁게 다른 소리들과 어울리는' 현악 편곡이다.

솔로 시기는 물론 이미 저팬 시절부터 그의 앨범들은 한결 같이 '이국적'(exotic)이다 - 실로 실비언은 한 번도 '여기 이곳'을 노래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여기가 아닌 '그 곳', 보다 정확하게는 그의 '내면적 정신 세계의 상상적 이미지들'을 좇아 왔다. 그런 만큼 그는 이미지주의자(Imagist), 낭만주의자(Romantist)인 동시에 오리엔탈리스트(Orientalist)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이 아티스트의 '매력'이다.

한 마디로 말해 그가 노래하는 인도는 '그가 바라본' 인도이다. 물론 우리는 이제 이 앨범을 '오리엔탈리즘의 최근 대표작' 정도로 처리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을 아주 배제해 버리는 것만큼이나, 그에 반하는 반(反)-제국주의의 획일적 관점만으로 한 아티스트의 앨범을 평가 절하해 버리는 것은 참으로 매력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사변적인 '비평가적 잡설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앨범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여전히 '괜찮다'.

나는 이번 새 앨범에서 더욱 깊어진 실비언의 신비주의적 정신 세계를 보았다. 나는 신비주의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나를 홀리는 매혹적인 구석을 가지고 있다. 나는 혼자 바라기를, 당신도 그를 좋아했으면 ... 당신도 그의 음악에 홀려 버렸으면 ... 하고 생각해 본다.

설령 당신이 아직 그를 모른다 해도, 만약 당신이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고독할 줄 알고, 그것을 사랑하는' 한 아티스트를 만나고 싶다면, 그의 앨범들은 당신의 고독을 '덜 고독하게' 혹은 '더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만큼 한번쯤 더욱더 자신의 내면적 정신 세계 안으로 침잠해 가는 이 낭만주의자가 펼쳐 보이는 상상의 풍경 속을 거닐어 보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다.


2003년, 9월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허경 드립니다.

3. Secrets of Beehive


[조철민, pollen@shinbiro.com]

안녕하세요.
도넬라 아줌마의 홈페이지는 쩝..... 컴퓨터 잘 못하시나 봐요 ^^ 직감적으로, 아줌마가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아님 아드님이 만들거나, 따님이..... 어쨌든 그래도 없는 디자인 감각을 무릅쓰고 "직접 한다"는 방식이 보기에 싫지는 않네요.
이 일로 리베로님이 아트록계에 널리 필명을 떨치고 계신 분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네요. 좋겠다........

각설하고.....
제가 좋아하는 David Sylvian이 새 앨범을 냈습니다! 술 마시고 기숙사 들어가다가 향음악사에 걸려 있는 걸 보고 어? 하고 들어가서 아! 하고 당장 사 왔습니다.

Shinya Fujiwara라는 일본인인 듯한 사람이 표지 그림을 그렸는데 아주 음침한 색조의 동홥니다. 금색임에도 불구하고.......
"If we make a poem of celebration, it has to include a lot of darkness for it to be real"이라는 그다운 quote를 달아 놓았습니다.
"왜 내 목소리가 이렇게 어둑어둑하냐, 난 '천사표' 목소리가 아무리 해도 안 나온다, 그런데 이런 말도 있더라, 그러니까 너무 이상하게 생각지는 말아달라"고 하는 거 같네요.

Riuichi Sakamoto, Steve Jansen 등 시절부터 함께 활동한 사람들이랑, 그 외 이름 들어본 듯한 사람은 Bill Frisell이란 사람이 있네요. 그 외엔 모르겠슴.

David Sylvian의 근황은, 최근에 New York으로 이사갔고, 어떻게 어떻게 만난 Ingrid Chavez라는 시인과 결혼했고, 지금은 잘 살고 있다, 기분 좋다.......뭐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런던에서 "미국 별로 안 좋다고 하더니 너 왜 배신때리고 거기서 살아?" 운운할 법 같기도 한데.....(추정일 뿐임) 근데, 같이 찍은 사진 보니 부럽네요. 둘 다 시인이고 잘 통할 거 같고, 유치한 사랑 싸움은 안 할 거 같고, 영적으로 막 교감이 될 거 같은...... 문제는, 이 Ingrid라는 사람이 David에게 "당신.....다시 화장하면 같이 안 살 거야......" 그랬는지, 으흑, 거의 조지 마이클 풍으로 머릴 자르고 수염을 기른 약간 쪼글해진 그의 사진이 사실 충격적입니다. (실은 Japan 이후엔 화장 안 하고 다녔죠)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색은 여전합니다.

으....으....으....흐....흐....흐....
나.....나...나나난나.......

전반적으로 그의 86년(? 아마 맞을 듯) 걸작 앨범 "Secrets of the Beehive"와 비슷한 분위기고, 좀 더 Ambient 쪽으로 기울고, 사운드는 더 풍부해지고, 목소리는 약간 더 선명해지고,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텍스처 위에 약간씩 변화를 보이네요. 블루스 트랙도 하나 있고(but, 실패인 거 같음) David Sylvian 팬들은 "최고의 앨범"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는 듯 합니다.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타이틀 곡인 "I Surrender"가 일단은 제일 귀에 들어오고요. 나머지 트랙들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흡사합니다. 신서사이저 자욱히 깔고, 오키스트레이션도 심심찮게, 악기의 음색과 딱 맞아 떨어지는 보이스 컬러에, 간혹 뻘 속에 주둥일 묻고 부는 듯한 관악기들.........

이런 앨범은 그냥 틀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 조성'용으로 좋지요.
앰비언트가 다 그런 듯 하지만.......차를 타고 시속 10km 쯤으로 느릿느릿 진행하면서.....결코 멈추지는 않고.....계속 진행하면서.....스윽스윽 공간 이동.......스윽스윽 나무가 다가오고......스윽스윽 헛것도 간혹 보이고.....
케.?위에 빠져 죽은 벌들도 얼핏 보이고.......

여하튼,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나왔을 당시의 Japan과 비교해 들어보면 재밌습니다. '우웩우웩' 스타일의 보컬에 저 듀란듀란의 사이먼 르 봉과 록시 뮤직의 브라이언 페리가 있을진대......사이먼 르 봉은 그대론 거 같고(사실 잘 모름), 브라이언 페리는 야들야들한 중년의 카사노바 스타일로 변했고, 그러나 우리의 데이빗 실비언은 "나 사실은 이랬어, 내 화장빨에 속았지?" 하듯이 무겁고 음침하고 성숙한 영혼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를 추천합니다. 그의 첫 솔로작인 는 사운드는 Japan 스타일이 약간 남아있지만 보컬은 지금의 느낌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고요.
참고로, 엄청 어두운 음악 좋아하시는 어떤 분이 "Beehive는 너무 어둡더라" 그러시던데.......Alan Parker, <엔젤 하트>류의 영화를 보고 동물적으로 막 끌리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들으실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음악분류 /거북이부틀랙

마지막 편집일: 2005-6-14 2:20 pm (변경사항 [d])
256 hits | 변경내역 보기 [h] | 페이지 소스 보기